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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키우기/일기

[일기]#2019.10.17 종점에서 조명을, 파랑새 증후군

by 소키워 마르소 2019. 10. 17.
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써 행동한다. 

사형수에게는 일분일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도 곧잘 다음날로 미루며 내일에 살려고 한다. 생명의 한 토막인 하루하루를 소홀이 낭비하면서도 뉘우침이 없다. 

일상이 지겨운 사람들은 때로는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것은 오로지 반복의 깊어짐을 위해서. 

- 법정, '무소유' 

 


  오늘에 살면서 곧잘 다음날로 미루는 거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인데, 사실 어제도 미뤘다.ㅎ 의지가 있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아마 별 볼 일 없는 현재를 거부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한다.  현재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에서 유래했다. 가난한 나무꾼 자녀인 주인공들이 꿈속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달라는 요술 할머니 부름을 받고 이리저리 다니며 파랑새를 찾지만 실패한다. 꿈속 여행을 끝낸 후 잠에서 깬 남매가 찾은 것은 자신의 새장 속에 있는 파랑새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조용필 아저씨 노래중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노래도 있다. 박정현이 리메이크 한 노래를 듣고 처음 알게 된 노래다. 여기 가사에서도 소중한 것들은 바로 옆, 가까이에 있으니 멀리 떠나기 전에 잘 생각해보라(?)는 뜻을 전한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를 보면 어느 현실에서도 난 행복하지 못했다. 항상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ㅎ라는 마인드로 살았고 또 미래의 나는 더 괜찮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미래의 나'가 되어서는 '과거의 나'를 생각하며 '그땐 참 좋았지 돌아가고 싶네. 더 잘할 수 있는데' (x n번)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된다는 말만 믿었던 나는 싸이월드 일기장에 대략 지금은 이렇게 쭈구리처럼 있지만 10년 후의 나는 달라져있을 것이라는 의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쓰고 포도알 받았다ㅎ. 문득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이 10년 후의 나이다. 그때 바라던 '미래의 나'는 나이만 먹었으며, 고졸은 면했고, 나에게 남은 건 태움으로 퇴사 후 남은 뭉개진 자존심? 그리고 또 빨리 지옥 같은 올해가 지나가고 행복한 미래가 오길 바라며 파랑새를 쫓는 나 만이 남아있다. 그렇게 바라는 미래나 지금 살고 있는 현재는 별반 크게 달라질 게 없으니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쫓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화장실에 가면 벽에 이런 류의 말이 많이 붙어잇던 기억이 난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자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내일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으니 깨우치라고 이런 명언이 있는 것이겠지. 사형수처럼 살자. 오늘을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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