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일상생활은 하나의 반복이다. 어제나 오늘이나 대개 비슷비슷한 일을 되풀이하면서 살고 있다. 시들한 잡담과 약간의 호기심과 애매한 태도로써 행동한다.
사형수에게는 일분일초가 생명 그 자체로 실감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에 살고 있으면서도 곧잘 다음날로 미루며 내일에 살려고 한다. 생명의 한 토막인 하루하루를 소홀이 낭비하면서도 뉘우침이 없다.
일상이 지겨운 사람들은 때로는 종점에서 자신의 생을 조명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것은 오로지 반복의 깊어짐을 위해서.
- 법정, '무소유'
오늘에 살면서 곧잘 다음날로 미루는 거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인데, 사실 어제도 미뤘다.ㅎ 의지가 있지만 잘 되지 않는다. 아마 별 볼 일 없는 현재를 거부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파랑새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한다. 현재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벨기에 극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동화 '파랑새'의 주인공에서 유래했다. 가난한 나무꾼 자녀인 주인공들이 꿈속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달라는 요술 할머니 부름을 받고 이리저리 다니며 파랑새를 찾지만 실패한다. 꿈속 여행을 끝낸 후 잠에서 깬 남매가 찾은 것은 자신의 새장 속에 있는 파랑새였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늘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비슷하게 조용필 아저씨 노래중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라는 노래도 있다. 박정현이 리메이크 한 노래를 듣고 처음 알게 된 노래다. 여기 가사에서도 소중한 것들은 바로 옆, 가까이에 있으니 멀리 떠나기 전에 잘 생각해보라(?)는 뜻을 전한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를 보면 어느 현실에서도 난 행복하지 못했다. 항상 내일의 나에게 맡긴다ㅎ라는 마인드로 살았고 또 미래의 나는 더 괜찮을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미래의 나'가 되어서는 '과거의 나'를 생각하며 '그땐 참 좋았지 돌아가고 싶네. 더 잘할 수 있는데' (x n번) 이런 말이나 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된다는 말만 믿었던 나는 싸이월드 일기장에 대략 지금은 이렇게 쭈구리처럼 있지만 10년 후의 나는 달라져있을 것이라는 의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쓰고 포도알 받았다ㅎ. 문득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이 10년 후의 나이다. 그때 바라던 '미래의 나'는 나이만 먹었으며, 고졸은 면했고, 나에게 남은 건 태움으로 퇴사 후 남은 뭉개진 자존심? 그리고 또 빨리 지옥 같은 올해가 지나가고 행복한 미래가 오길 바라며 파랑새를 쫓는 나 만이 남아있다. 그렇게 바라는 미래나 지금 살고 있는 현재는 별반 크게 달라질 게 없으니 현재를 담보로 미래를 쫓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화장실에 가면 벽에 이런 류의 말이 많이 붙어잇던 기억이 난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자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내일이다.' 나 같은 사람들이 많으니 깨우치라고 이런 명언이 있는 것이겠지. 사형수처럼 살자. 오늘을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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