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유명 유투버가 되신 박막례 할머니의 책이 나온지는 좀 되었지만 읽지 못하다가 yes24 북클럽 이용권을 얻게 되어 읽어보았다. 난 막례쓰의 '편'들 중에 한 명으로 할머니가 유투브 첨 시작하실 때부터 쭉 보아온 나름 성골(?) 팬이라 할 수 있다.
유라씨가 할머니와 여행을 위해 퇴사하고 처음 떠난 여행인 호주 케인즈 여행부터 유투브, 구글ceo를 만나 '월드클래스'가 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다. 할머니의 편으로서 월클이 된 할머니를 보며 아쉬운 점은 만약 할머니가 남자였다면, 유라 씨가 남자였다면 아마 방송에서 더 떠들썩하게 떠들었을 것인데, 할머니 말을 빌리자면 '염병 씨병'하면서 난리를 쳤겠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손담비 춤을 따라한 할아버지는 춤 하나로 오만 방송에서 떠들어댄 걸 생각하면 내 아쉬움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실인걸요. 아마 유라 씨도 손자였다면 효심 가득하며 아이디어, 편집력 있는 능력자로 제대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할머니의 도전은 형제들이 치매에 걸리고 할머니도 치매 고위험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손녀 유라씨가 할머니와의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막례'라는 이름에서부터 왠지 할머니의 고난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막내로 태어나 아버지의 반대로 학교도 가지 못하고 글공부도 못하게 되었던 할머니는 부잣집에 태어났음에도 집에 일을 도와주는 일꾼들의 식사, 집안일만 죽어라 하게 된다. 결혼하고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버는 족족 혼자 다 쳐(?) 쓰고 다니고 하다못해 할머니 돈 까지 가져가서 혼자 다 쓰는 무책임한 남편을 만나 홀로 파출부, 식당일을 하며 자식 셋을 키운다. 여기까지만 봐도 벌써 할머니의 인생이 쉬이 흘러오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할머니의 인생역경이 담긴 책의 초반을 읽다 보면 이건 '82년생 김지영' 업그레이드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여성 잔혹사 랄까. 더 이상 딸은 안된다. 아들을 낳으라는 염원을 담아 이름에 마지막이라는 뜻의 '막녀, 끝순,말순...' 살며 흔하게 만나는 그 시절 할머니 이름. 여자가 무슨 공부냐며 학교를 안 보내고 글도 못 배우게 하고, 왜 또 남편은 다들 집에 안 들어오고 밖으로만 나도는 남편을 만나는지(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소수였을 듯...) 이런 흐름은 어디 할머니들 많이 모인 곳만 가면 흘러나오는 이야기의 클리셰다.
이게 일흔 넘은 할머니 세대들에만 흔한 줄 알지만 당장 우리 이모, 엄마들만 해도 정도의 차이만 있지 똑같다. 공부 잘하던 둘째 이모는 대학을 가고 싶어 단식투쟁까지 했지만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보내주지 않아 가지 못했다. 평범한 평균적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지만 그 시절의 평균이란... 결국 이혼하시고 기술을 배워 자식을 키우며 살고 계신다.
악착같이 산 이모의 삶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받을 일이지. 다만 조카 된 입장에서 이모가 덜 고생하고 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있다. 동네에서 제일 잘 살았다는 집인데도 대학 등록금이 없다는 이유도 아니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안된다니. 그러면서 외삼촌들에게는 있던 재산 사업자금으로 야금야금 다 주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눠 받은 재산 엄마와 이모들이 혼자되신 할머니 무시받지 말라고 할머니 이름으로 돌려주니 홀랑 외삼촌들에게 줘버렸다. 4남 4녀의 8남매 집안이라 그 시대 남자, 여자들의 삶 모두를 볼 수 있는데 한 집안이라도 삼촌들과 이모, 엄마의 삶을 보다 보면 참 할많하않.(쓰다 보니 너무 흥분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손녀와 시작한 호주 여행을 시작으로 시장 갈 때 메이크업, 시장 장바구니 하울, 드라마 속성 특강 등 할머니만이 할 수 있는 개성 넘치는 콘텐츠는 자극적인 내용의 유투브들 사이에서 귀여운 웃음을 준다. 또 할머니의 영상 중간중간 던지시는 70 인생 연륜이 느껴지는 명언이 백미다. '추억은 돈으로 사는 거야.', '이쁜 것은 눈에 보일 때 사야 돼. 내년에는 없어.' 그중에 최고 명언은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야.'이다. 할머니의 편들 중 하나로서 할머니가 몸 건강히 오래오래 재미있는 여행을 하시고 영상을 찍어주셨으면 한다. 들숨에 건강을 날숨에 재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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